안녕하세요, 식후경 대학생 오디터 이주은입니다.

여러분은 매운맛을 좋아하시나요? 우리나라 대부분의 음식이 빨갛고 매운 만큼 저는 매운맛을 즐기고 좋아하는데요. 우리는 매운 음식을 생각할 때 캡사이신을 넣은 것 같이 매운 라면이나 떡볶이를 떠올리곤 합니다.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우리가 평범하게 먹는 한식을 먹으면서 맵다고 하는 모습을 보면 그제서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운 음식에 많이 길들여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렇듯 한국에서는 매운맛에 대해 서로 경쟁이나 하듯 더 매운 음식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매운맛을 좋아하는지, 왜 이렇게 잘 먹는 건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외국에서 매운 음식으로도 유명한 한국, 한국인의 매운맛 사랑에 대해 알아보러 가보실까요?

매운 것을 잘 먹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한국인들에게 맵부심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우리는 누군가와 경쟁하듯 매운맛을 사랑하곤 합니다. 매운맛을 한 번 맛보면 뇌가 기억하기 때문에 매운 것도 많이 먹을수록 더 매운맛의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듯 처음에는 단순한 맛으로 시작해 점점 더 강도가 센 매운맛을 즐기게 되면서 매운맛에 중독됩니다. 18세기 조선 사회의 생활이 변화하면서 짠맛을 상쇄하기 위해 소금의 수요를 대체할 고추와 고춧가루 사용이 증가함으로 형성된 한국식 식단이 점차 보편화하고 1970년대 고추의 품종 개량으로 고추 생산량이 늘면서 ‘한국 음식은 맵다'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매운맛은 맛의 종류가 아니라 일종의 고통인 통각에 속하는데, 구강의 점막을 자극하는 통각이 느껴지면 뇌에서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엔도르핀이나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을 분비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로 인해 몇몇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먹으며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합니다. 우울증, 스트레스 지수가 세계적으로 높은 순위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매운맛과 더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기 침체, 정치적 무기력감 등 바닥을 기는 사회 분위기가 자극적이고 매운맛을 원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 예로, 본래 남미가 원산지인 고추가 전 세계로 퍼져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사회 변화가 심하고 스트레스가 심한 지역이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화이트칼라 계층보다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고추를 받아들였던 경험으로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과거부터 지금까지 경기 불황이 극심할수록 매운맛에 대한 소비가 높아진 이유를 많은 대중들이 경기 불황에 대한 스트레스를 매운맛을 통해 풀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단맛과 짠맛을 주로 받아들여 왔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이 매운맛을 사랑하게 된 것에는 매운맛의 중독성과 사회, 문화적 요인을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제 한국의 매운맛은 라면이나 떡볶이를 넘어 버거, 만두, 치킨까지 넓은 범위에서 트렌드가 되었기에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의 매운맛을 차별성으로 가져간다면, 우리나라만의 매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장류인 인류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단맛을 선호하게 되는 특별한 현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몸의 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소금 속 나트륨 이온의 역할로 짠맛 역시 선호하도록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매운맛은 맛의 감각이 아닌 통각일뿐더러 우리 인류는 원래부터 단맛을 선호합니다. 이는 영장류에게만 나타나는 특별한 현상입니다. 단맛이 에너지원이기 때문입니다. 단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의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됩니다. 인슐린은 혈액 속 당분을 세포로 끌어들여 그곳에서 열량, 즉 에너지원을 얻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우리 인류가 태곳적부터 잘 익어 단맛 나는 과일과 달콤한 벌꿀 등을 선호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문제는 인슐린의 이러한 작용에는 몸에 지방이 축적되게 하는 심각한 후유증이 있다는 것입니다. 짠맛도 비슷합니다. 몸의 대사가 원활해지려면 우선 수분 수송이 원활해야 합니다. 그것을 돕는 것은 소금에 함유된 나트륨 이온의 역할입니다. 오늘날과 달리 사냥과 채집 등으로 강도 높은 육체노동 끝에 땀으로 염분을 많이 소비해야 했던 우리 조상은 자연스레 짠맛을 선호하게끔 유전자에 각인이 된 것입니다.

외국인들에게 한식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매운맛'입니다. 고추를 사용한 매운 음식을 먹는 나라는 많지만, 우리 음식처럼 얼큰하고 칼칼한 매운맛을 다양한 음식에 적용시키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고추가 우리나라의 토종 작물도 아닌데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유독 매운맛이 발달한 것일까요. 멕시코와 안데스 고원에서 처음 발견된 고추는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후 서유럽으로 전해졌고 이것이 16세기 이후 구대륙 각지로 전파됩니다.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무렵 일본에서 전해졌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며 18세기 중엽에 들어서 널리 쓰이게 됐습니다.

일본에서 전해진 고추가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널리 쓰이게 된 이유를 주 교수는 18세기 조선 사회의 변화상에서 찾았습니다. 이 무렵 관혼상제가 피지배층에게까지 퍼지고 제사도 확대돼 주요 제수용품인 어물을 절이기 위한 소금의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또 이앙법과 대동법의 실시로 쌀 생산이 늘어 밥 중심의 식단 구조가 이뤄지면서 반찬도 짠맛 중심으로 변해갔습니다. 때문에 18세기 조선 사회가 변화하면서 소금의 수요를 대체하고 짠맛도 상쇄하기 위해 고추와 고춧가루 사용이 늘어나면서 형성된 '밥 + 짠 반찬 + 매운맛'의 한국식 식단이 점차 보편화하고 1970년대 고추의 품종 개량으로 고추 생산량이 늘면서 '한국음식=맵다'는 등식이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또한 매운맛을 좋아하는 것은 비단 한국인뿐만이 아닙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먹방’이라는 제목을 달고 각종 매운맛 음식에 도전하는 유튜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한국 소스 외에도 마라 같은 중국 음식들도 많이 보입니다.

매운맛은 맛의 종류가 아니라 일종의 고통인 통각에 속합니다. 구강의 점막을 자극하는 아픈 감각인 통각을 느끼면서도 왜 매운맛을 끊지 못하는 것일까요. 매운 음식을 먹으면 뇌가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엔도르핀이나 아드레날린 같은 호르몬을 분비해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매운맛에 중독된 사람들은 이러한 기분 때문에 끊기 어렵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음식전쟁 문화전쟁’의 지은이 주영하 교수는 80년대 후반부터 한국인의 음식은 점점 더 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음식 기호라는 것은 개인의 취향보다도 식품업체의 전략이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한국인은 매운맛을 즐긴다는 자신감을 부추기는 광고나 마케팅이 지속적으로 계속되어 왔으며, 한국인의 입맛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 분위기도 매운맛을 선호하게 된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는데, 요즘에 유행하는 매운맛은 일단 맵게만 만들면 승부를 할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경기 침체, 정치적 무기력감 등 바닥을 기는 사회 분위기가 자극적이고 매운맛을 원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본래 남미가 원산지인 고추가 전 세계로 퍼져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사회 변화가 심하고 스트레스가 심한 지역이, 화이트칼라 계층보다는 육체노동을 주로 하는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고추를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또한 실제로 경기 불황이 극심할수록 매운맛에 대한 소비가 높아졌습니다. 이는 많은 대중들이 경기 불황에 대한 스트레스를 매운맛을 통해 풀어왔다는 것입니다. 문화적 영향과 중독성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