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맛을 찾는 미식가의 팬트리
피크닉 도시락 메뉴로 '이것'을?

풋풋한 대학생 오디터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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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은 푸르른 나무와 풀로 가득 차 눈은 온통 초록빛이고, 싱그러운 풀 냄새와 달콤한 과일 냄새가 섞여 풍기고. 평소에는 느낄 수 없는 고요함. 와중에 바람 부는 소리만 ‘쏴- 쏴-‘ 들리고.

모든 감각에 생명을 불어넣는 듯한, 이것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피크닉입니다!

날이 따뜻해지는 것이 점점 실감 나는 요즘. 이러한 날씨가 찾아올 때쯤 제 머릿속에 자연스레 그려지는 그림을 한번 글로 적어보았는데요. 그 정체는 바로 피크닉이었습니다.

여러분은 피크닉을 즐기시는 편인가요? 어떤 분들에게는 이러한 피크닉이 생소하거나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피크닉이라 하면, 사족을 못 쓰고 나서요. 그 정도로 피크닉을 좋아하고, 즐기죠. 변화하는 계절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이런 피크닉에 절대 빠질 수 없는 단짝 같은 존재가 있죠. 바로 도시락입니다.

“피크닉은 뭐 먹으려고 가는 거 아니야?”

처음 친구와 피크닉을 가던 날, 도시락은커녕 마실 물 하나 가져오지 않은 제게 친구가 해준 말이었습니다. 그런 저에 반해 양손 가득히 도시락을 싸 온 친구는 어이없다는 듯 말없이 자신의 도시락을 꺼내 하나둘, 보여주기 시작했죠.

그 안에는 베이컨 말이, 유부초밥, 계란말이, 후식으로 먹을 제철 과일까지. (심지어는 베이컨 말이를 하다가 남은 김치볶음밥까지 꾹꾹 아낌없이 눌러 담아왔더라고요.) 정말 빈틈없이 알찬 구성이라고 볼 수 있었어요.

괜히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에 ‘직접 싸 온 거, 네가 다 먹어’라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툭 뱉었지만, 손가락은 거짓말을 하지 못하더라고요. 쉴 새 없이 움직였습니다. 풀 냄새를 맡으며 바깥공기와 함께 먹는 음식들은 그 맛을 두 배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이날에서야 깨달았죠. 피크닉은 도시락 없이는 팥 없는 팥빵이라는 것을요.

문제의 사건이 벌어진 이후론 저에게 ‘피크닉=도시락’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각인되었어요. 오죽하면 도시락을 먹기 위해 밖을 나서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이제는 번듯한 도시락 고수가 된 제가 여러분께 피크닉 추천 음식 5선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어때요, 솔깃하시죠? 그럼, 지금부터 집중하세요!

1. 샌드위치

우선, 무난한 걸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바로, 샌드위치예요. 저는 이 샌드위치가 많은 분들이 도시락 요리에 입문하실 때 가장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요리라고 생각해요. 사실상 이미 일상에서도 많이들 드셔 보시고 만들어본 음식일 테니까요. 익숙하고 친근해서 실패가 없죠. 정말 귀찮고 요리가 어렵다면 우유식빵에 딸기잼 하나만 발라도 이미 충분히 성공적이니까요. 종류도 참 다양하고,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참 재미있는 요리이니 친구와 메뉴가 겹쳐도 재미있을 겁니다.

2. 피자

‘아니, 피자가 무슨 도시락 요리야?’라는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아마 분명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거든요. 하지만, 사실 피자는 정말 그야말로 비장의 무기라고 보아도 될 정도로 피크닉과 잘 어울립니다. 피크닉 요리의 3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피크닉 요리의 3요소 : 첫째, 혹여나 식기를 챙겨 오지 못했을 시에 손으로 집어먹기 편한 음식이다. 둘째, 치킨이나 떡볶이와 같이 뼈나 국물 같은 음식물이 남지 않아 정리하기에 매우 편하다. 셋째, 맛있다.

아, 그래도 만들기는 제일 어렵고 번거로운 거 아니냐고요? 에이, 여러분. 꼭 직접 만들어야지만 도시락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도시락을 직접 싸기에 귀찮을 때, 혹은 시간이 없을 때 그냥 쿨하게 마치 처음 피크닉을 나온 듯 양손을 가볍게 나서 보세요. 그리고 가는 길, 차 안에서는 휴대전화를 들고 ‘피자 맛집’을 검색하는 거죠. 피자와 피크닉을 하겠다고 다짐한 그날만큼은 우리 배달 아저씨에게 도시락을 맡겨보자고요. 따끈따끈한 상태 그대로 잔디밭에 넓게 한자리를 차지한 피자의 비주얼을 보면 아마 또 다음의 피자 피크닉이 기다려질 겁니다. (? : 다음 피크닉도 피자랑 하자 우리)
 

3. 만두 그리고 피자 토스트

의외의 음식이 또 한 번 등장했죠. 저도 사실 이 음식이 피크닉과 잘 어울릴 줄은 전혀 몰랐어요.

어느 날, H라는 친구와 몇 주간 기다려온 피크닉을 하던 날이었어요. 이 피크닉을 저희가 유독 기다려온 이유는 사실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이 피크닉이 제 친구 H의 생애 첫 피크닉이기 때문이죠. 저는 H의 첫 피크닉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에 무려 피자 토스트를 만들어갔어요. ‘피크닉 요리의 왕들을 한 번에 소개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떠오른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죠.

식빵에 피자 소스를 듬뿍 바르고, 냉장고 속에 나도 모르는 새 자리 잡고 있었던 야채들을 이리저리 올려준 다음, 마무리로 모차렐라 치즈까지 한가득 뿌려준 뒤 전자레인지에 남은 일을 맡기면 피O헛 저리 가라 싶은 미니 피자가 탄생합니다. 아니, 심지어 한 손에 쏙 들어와서 컴팩트하기까지 하다니까요. 저는 이런 걸작을 만들고서 ‘아, H 이제 매일 피크닉 하자고 하겠네’ 하는 거만한 생각으로 피크닉 장소로 향했죠.

그런데, 제가 분명 아무것도 안 들고 와도 된다고 신신당부했음에도 뭔가를 손에 들고 온 겁니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H를 바라보자, H는 쑥스럽다는 듯이 머리를 긁으며 저에게 물었죠.

“만두가 피크닉이랑 잘 어울리려나?”

H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응! 응! 응!’ 이었어요. 누구보다 기대하며 만들어 왔던 피자 토스트는 뒷전이고, 만두 먹는 데에만 정신이 팔렸거든요.
 

4. 월남쌈

사실 저는 이 요리도 피크닉에 등장하는 모습을 자주 보진 못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던 피크닉 요리의 3요소에 또 정확히 들어맞는 요리이기도 하고, 심지어 이건 보기가 예쁘기까지 합니다. 한입에 쏙, 쏙 집어넣는 맛이 있어요.

속이 투명하게 비치는 라이스페이퍼 사이로 알록달록한 자리씩 꿰차고 있는 여러 가지 야채들. 야채를 싫어하는 친구들도 이 예쁜 비주얼에 괜히 눈길을 주곤 하죠. 그리고 절대 빼먹을 수 없는 월남쌈 속 파인애플. 이 파인애플의 달콤하고 새콤한 맛이 한 쌈을 먹을 때마다 입안을 리프레시 시켜주는 역할을 하거든요. 혹시라도 파인애플을 까먹고 못 넣은 분이 계신다면 지금 당장 곱게 접었던 라이스페이퍼를 풀어주시길 바랍니다.
 

5. 김밥

어느덧 마지막 요리네요. 대미를 장식할 피크닉 요리는 바로 김밥입니다. 만들기 크게 어렵지 않고, 또 취향껏 재료를 넣어 만드는 재미도 있고. 수미상관으로 처음과 끝은 근본이 있는 요리들로 구성해 보았어요.

어른이 되고서 자주 쓰지 않는 듯한 단어 중 제가 가장 아끼는 단어가 있다면 ‘소풍’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피크닉’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분들도 ‘소풍’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말하면 금세 ‘아~’ 하고 추억에 젖곤 하죠. 누구든 어린 시절에 소풍을 가서 김밥을 먹어본 기억이 한 번쯤은 있으니까요.

저는 어렸을 때, 유치원에서 단체로 갔던 소풍이 아마 제 첫 피크닉이었던 것 같아요. 분명 김밥이라는 같은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어쩜 그렇게 집마다 달랐을까요? 저희 집은 우엉, 매운 어묵, 당근, 햄, 맛살, 단무지 정도만 들어갔어요. 저는 어렸을 때 신기하게도 시금치를 매우 좋아했던 터라 항상 시금치가 있는 다른 친구의 김밥을 부러워하며 한 알씩 얻어먹곤 했죠. 반면에 매운 어묵이 들어간 자극적인 김밥이 부럽다며 한 알씩 뺏어가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괜히 우쭐해지던 시절이 있었는데…. 또, 그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근처 공원에서 소풍을 즐겼던 것도 기억 속에서 잊히질 않습니다. 입이 작았던 저를 배려해 작은 김밥 한 줄을 꼭 하나 따로 싸주셨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거든요. 아버지가 어린 저를 놀리겠다고 작은 김밥을 뺏어 먹다 어머니에게 꼭 한바탕 혼나기도 했고요.

우리 친구와 함께 샌드위치에 피크닉도 좋지만, 오랜만에 부모님과 함께 김밥 싸서 소풍 가보는 건 어떨까요? 크게 어렵지 않으니까요. 마치 김밥처럼.

 

오디터 | 대학생 오디터 정한나
BGM 출처 | Jasper, 기증 로만플라티, 공유마당, 자유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