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새벽 6시에 칼같이 일어나 이부자리 정리를 하고, 상쾌하게 목욕을 한 후부터가 하루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밤 11시쯤 느지막이 보고 싶었던 영화 한 편을 틀고 혼자 맥주 캔 하나를 딴 그 순간, 그때부터가 시작입니다.

오늘은 한 번 그 재미를 알면 절대 헤어 나올 수 없는, ‘혼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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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들 하지만, 쌓이는 피로만큼 건강에 좋지 않은 게 있을까요? 저는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오늘도 혼자 맥주 한 캔을 마십니다. 행복은 지금부터 시작이에요! 피곤과 걱정만 가득했던 오전 중의 하루는 모두 잊은 채 ‘지금부터가 진짜 하루 시작이다’라는 생각을 하죠. 또, 실제로 그랬으면 좋겠기도 하고요. 오전의 하루는 다 없는 셈 치고 싶을 정도거든요. 그래서 한 잔, 또 한 잔 마시며 일부러 기억을 잊어 보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물론 저도 처음부터 이렇게 ‘혼술 마니아’였던 건 아니었어요. 아마 21살 초반쯤이었죠. (그래도 주변 친구들에 비하면 제법 빠른 편이긴 합니다만) 그때 한창 저와 함께 맥주의 맛을 알아가던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이곳저곳, 여러 술집을 배회하며 어느 가게의 안주가 가장 맛이 있고, 또 어느 곳의 생맥주가 가장 시원한가에 대해서 파악하는 것이 저희의 취미 활동이라고 볼 수 있었죠.

그런데, 그 친구 중 하나가 어느 날 이런 질문을 하는 겁니다.

“너희 근데 집에서도 이렇게 마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아무도 없었죠. 저희는 그저 함께 우르르 몰려다니고, 이야기하는 그 ‘술자리’를 좋아했던 것입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실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문득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면 어떨까?’ 하고 혼술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호기심이 많았던 저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꼭 해보아야지만 직성이 풀렸기에, 혼술도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죠.

처음에는 왠지 어색했습니다. 딱히 맛도 없었고요. 그래서 ‘이 일을 어쩌면 좋나..’하고 혼자 이런저런 궁리를 세워보다가 떠오른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디어였죠.

생각보다 혼술을 하는 사람들은 많았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말동무가 되어주는 크리에이터들도 꽤 있었습니다. 사실상 술자리에서도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담당이었던 저는 오히려 익숙한 상황에 놓이니 술이 평소처럼 잘 들어가기 시작했죠. 쌩얼에, 가장 편안한 잠옷을 입고, 막차 시간에 맞춰 급히 돌아갈 필요도 없는 집에서 술을 마시니 방해될 것이 전혀 없었고요. 그렇게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마시는 술은 훨씬 더 그 기운이 셌습니다. 맥주 두 캔에 볼이 붉게 물드는 지경에 이르렀죠. 하지만, 그 몽롱한 상황에서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시간이 나쁘지 않게 느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기분 좋은 첫 혼술을 마무리하고 그 이후로 저는 ‘혼술의 귀신’이 되었습니다. 외출 후, 집에만 오면 저만의 혼술 타임이 시작되었죠. 그 끝의 혼술을 위해 하루를 열심히 달린 경우도 참 많았습니다.

이렇듯, 다년간의 혼술 끝에 저는 이제 가장 애정 하는 혼술 루틴마저 생기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그것을 여러분도 함께 즐길 수 있게끔 살포시 공유해 드리며, 또 여러분의 취향에 맞게 추천해 드리기도 할 예정입니다. 우선, 혼자 술을 마시기에 가장 좋은 시간대는 역시 11시쯤입니다. 든든히 챙겨 먹은 저녁이 슬슬 소화되고, 간식거리가 당길 때쯤이죠. ‘배가 좀 부른가?’ 싶다가도 막상 입에 무언가를 넣으면 술술 들어가는 시간대입니다. ‘술술?’

네, 지금입니다. 술을 꺼내올 시간.

대체로 저는 무겁지 않은 안주와 함께합니다. 먹태, 오징어, 땅콩 등등 같은 마른안주가 혼자 준비하기에도, 정리하기에도 간편하죠. 또, 과자도 아주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른안주는 아직 조금 어렵게 느껴져서 과자와 함께 즐기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과자의 조합은 무조건 ‘단짠’! 단맛이 나는 과자 하나, 짠맛이 나는 과자 하나 이렇게 두 봉지를 사 오면 그날의 안주는 끝이에요. 간단하죠? 겨울에는 국물도 좋으니, 컵라면 하나도 괜찮습니다. ‘아, 나는 안주파라서 이런 간단한 안주들로는 안 된다’ 하시는 분들도 있죠? 그렇다면 당장 슬리퍼 신고, 집 앞 편의점으로 달려가세요. 정말 다양해진 편의점 음식들 덕에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답니다.

자, 이제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맥주 한 캔이 뭉게뭉게 떠올라 점점 가득 차오르기 시작할 거예요. 더 늦기 전에 우리 슬리퍼 신고 나가봅시다!

BGM 출처
Topaz, 기증 로만플라티, 공유마당, 자유 이용
LSMSE1010_새소리, 한국저작권위원회, CC BY
탄산음료 캔 따는 소리, 한국저작권위원회, CC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