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풋한 대학생 오디터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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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 들어오는 찬바람과, 푸른 옷을 벗은 나무에 새하얀 옷을 입힌 모습. 그리고 청명한 하늘을 보면 우리는 알 수 있다. ‘겨울이 왔다.’ 땅속으로 자취를 감춘 동물과, 예쁜 결정체로 아무도 몰래 얼어버리는 얼음은 우리보다 더 일찍 겨울을 맞이한 듯하다. 이런 겨울이 되면 꼭 생각나는 것이 있다. 시린 땅에 묻힌 하얗고도 단단한, 맛까지 좋은 ‘무’이다.
무는 7월부터 9월 태양이 가장 뜨거울 때 파종하여, 겨울맞이를 한창 할 10-11월에 수확한다. 이후 수확한 무는 땅에 묻거나, 창고에 두며 겨우내 우리의 식탁을 풍요롭게 해 준다. 찬기를 가득 머금은 땅 위로 새파란 무청이 솟아오른다. 쑥쑥 자란 무청은 벌레에게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지 간간이 잎이 먹힌 흔적이 보인다. 더 늦기 전에 무를 수확해야 한다. 무청을 두 손으로 잡고, 있는 힘껏 하늘로 당긴다. 어떤 무는 짧고 뚱뚱하고, 어떤 무는 다리가 두 개이고, 또 어떤 무는 얇고 길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기대감 속에 우리는 무를 수확한다. 어쩌면 한 치 앞의 내일을 모르는 우리 인생과 닮아있다. 무가 올려진 식탁에서 소화제는 논외이다. 특히 명나라의 의학서 '본초강목'에는 무를 '가장 몸에 이로운 채소'라고 지칭했다. 무에 함유된 '디아스타아제와 우레아제‘ 성분, ’다이제스트‘ 효소는 몸의 노폐물을 제거해 줄 뿐만 아니라,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분해하여 원활한 소화를 돕는 천연 소화제이다.
소금에 절여 만드는 일반 김치와 다르게, 동치미는 소금과 물로 만들어 맑고 투명한 국물을 생성해 낸다. 겨울 무의 영양분이 모두 국물로 분출되지만. 우리는 국물까지 먹음으로써 무의 영양가를 온전히 흡수하게 된다. 이외에도 무를 활용한 무밥, 뭇국, 무나물, 무말랭이, 깍두기는 맛과 효능을 모두 잡은 요리라고 할 수 있다.
’겨울 무가 인삼보다 좋다‘는 말이 있다. 가장 더운 날 땅속으로 들어가, 땅의 힘을 온몸으로 흡수해 마침내 겨울, 그 모습을 드러낸다. 유난히 추운 이번 겨울, 무의 힘을 빌려 보다 맛있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