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마다 냉면을 챙겨 먹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냉면을 먹을지는 취향에 따라 나뉘고요!

비빔과 물. '냉면' 하면 보통 이 두 가지 선택지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오로지 물냉면만이 취향인 사람인지라 항상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하지만, 문득 이게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저도 이것 외의 선택지가 있었으면 했거든요. 그러다 불현듯 떠오른 다른 선택지가 바로 '평양냉면'이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음식임을 알기에 두려운 마음도 컸지만, 저는 제 여름 식탁이 조금 더 다채로웠으면 했거든요.

꼭 이번 여름이 다 가기 전에 평양냉면을 먹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함께 먹을 사람을 열심히 물색하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죠. 조심스레 '넌 평양냉면 먹어봤어?' 하며 은근슬쩍 친구들을 떠보았지만 '굳이?'와 같은 반응만이 이어질 뿐이었죠. 결국 저의 평양냉면 도전기는 이렇게 막을 내리는 듯싶었습니다.

며칠 뒤, 정말 우연히 ‘평냉’ 유경험자인 사촌 언니에게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물론 평양냉면을 먹자는 연락이 운명적으로 온 것은 아니었지만, 제가 자연스레 대화를 그쪽으로 끌어나갔죠.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잖아요? 당장 평양냉면을 위한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렇게 둘은 함께 동네에 위치한 유명한 평양냉면 가게로 향했죠. 안으로 들어가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어요. 이때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 나 평양냉면 좋아하게 되는 거 아니야?’ 하고요. 둘이 사이좋게 평양냉면 두 그릇을 주문하고, 주전자에 담긴 뜨끈한 육수가 마치 커피 인 것처럼 홀짝홀짝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가 정말 여름내 그토록 기다려왔던 평양냉면이 제 눈앞에 놓였어요. 나왔다, 이 녀석이구나!

첫인상은 국수…. 그냥 평범한 국수 같았습니다. 별다른 고명이 없는 국수. 저는 애초에 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충격적인 비주얼에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죠. 그런데, 그릇을 들고 국물부터 마시는 언니를 보니 왠지 모를 용기가 생기더군요. 저도 그릇을 들고, 한 모금 맛보았습니다. 어, 이게 웬걸 분명 전 냉면을 시켰는데, 시원한 맛이 전혀 없었어요. 2차적으로 충격을 받고, 잠시 후회를 하려던 찰나 그 한 모금 마신 국물을 다시금 먹고 싶어졌습니다. ‘뭐지?’ 하는 생각과 동시에 젓가락을 들었고, 그 상태로 술술 다 먹어버렸죠. 먹는 내내 ‘이게 도대체 무슨 맛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젓가락을 멈출 수는 없더라고요. 평양냉면은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익숙하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고 맛있게 느껴졌죠. 왠지 모르게 2퍼센트 부족하게 느껴지는 그 맛이 너무나도 중독성 있었어요. 그 덕에 저는 이번 여름부터 냉면을 먹기 전 고민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었죠. 함흥이냐, 평양이냐.

BGM 출처
멋진 날씨입니다, 기증 김소민, 공유마당, 자유 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