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깨우는 매미 소리와, 눈이 부셔 뜨지도 못하게 하는 강한 햇살을 느끼면 우리는 여름을 직감한다. 후 하 후 하-. 숨을 내쉴 때마다 턱 막히는 느낌, 구레나룻 사이로 삐질삐질 땀이 흘러나온다. 한 손으로 얼음 음료를 들고 남은 한 손으로는 연신 손부채질을 한다. 가만히 있어도 기운이 빠지고, 쉽게 어디 나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더위에 굴복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채비를 하여 차에 탄다. 시원한 에어컨과 청량감 넘치는 노래를 듣다 보면 금방이다.

이윽고 도착한 계곡에서는 귀를 간지럽히는 물소리,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뜨거운 태양에 반사돼 빛을 뿜어내는 물줄기와, 쾌청한 숲내음은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풍경이다. 서둘러 그늘에 자리를 잡고 그 위로 돗자리를 깐다. 엉금엉금 기어다니는 거미와 개미를 손가락으로 튕겨내며 하하 호호 웃는다. 챙겨온 수박과 참외를 계곡물 밑으로 담근다. 한창 물놀이를 즐기다 보면 금세 차가워져 있다. 땀인지 물인지 모를 것이 머리에서 뚝뚝 쏟아진다. 축축한 몸을 이끌고 바위 위에 앉아 크게 수박을 한 입 베어 문다. 꼭 온 여름을 삼킨 것 같은 기분이다.

씨를 얼굴 위로 뱉으며 누가누가 잘 붙이나 내기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슬슬 허기가 질 때쯤 우리는 평상 위에 잘 차려진 삼계탕을 먹는다. 각종 한약 재료를 넣고 끓인 약간 탁한 삼계탕은 침샘을 자극한다. 한 국자 크게 떠 고기를 베어 문다. 야들야들하게 익은 살이 절로 삼켜진다. 조화로운 절경에 훌륭한 음식까지 먹으니 정말 여름이 실감 난다. 여름은 눈도, 몸도, 입도 심심할 틈 없이 즐겁고, 활력이 넘친다.

더워서 잠 못 이루는 밤과, 벌레 소리에 뜬 눈으로 지새는 날들이 있어도 우리는 여름을 기다린다. 새파란 나무들과 드높은 하늘이 온 세상을 뜨겁게 달궈줄 순간들을 기대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순간순간을 맛있는 여름 과일과, 몸보신 음식들로 각자만의 더위 나기를 시작한다.